Blog

books-408220_1280

30 Sep 서울대학교 지원자의 독서 경험

소설가 김 훈은 한 인터뷰에서 “다독이냐, 정독이냐, 일년에 몇 권을 읽느냐”은 중요하지 않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책에 의해서 자기 생각이 바뀌거나 개조될 수 없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다들 독서량을 중시하지만, 한 수레의 책보다 생각이나 행동이 바뀐 계기가 되어준 한 권의 의미가 더 크겠지요. 

책에 대한 생각 중에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의견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스피노자의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라는 말은 언급하며 깊이를 가지려면 먼저, 넓이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어보기를 권했습니다. 

 

국내대학에 수시지원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기소개서 질문 4번은 대학마다 자유롭게 결정합니다. 서울대는 이 문항에서 지원자의 ‘독서 경험’을 확인합니다.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있습니다.  “타인에 의한 수박 겉핥기식 독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 그 책이 나에게 왜 의미가 있었는지, 읽고 나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생각하기 바랍니다. 서울대학교는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립니다.” 

4번 자소서를 준비하다보면 그 학생의 저력을 느끼게 됩니다. 의미있는 책을 질문하고, 선택 동기와 독서 전후의 경험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늘 기대되었고 흥미로웠습니다. 서울대는 지난 2년간의  지원 자기소개서에서 추천된, 도서 목록을 정리했습니다. 2017학년도 및 2018학년도 지원에서 각각 대략 14,000 여권의 책이 거론되었고,  1번만 선택된 책은 각각 9,500 권 내외라고 발표했습니다. 즉, 중복된 책은 4,500권 정도 됩니다. 그리고 중복 도서를 순위대로 발표했습니다. 

 

[2017학년도 지원자의 다독 도서 순위]

 

[2018학년도 지원자의 다독 도서 순위]

 

위의 결과에서, 상위 4권이 순위까지 동일하며 20권 중에서 18권이 같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추천도서 목록과 시중 판매량에 따라 자기소개서 4번이 작성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리스트 중의 책을 선택했던 학생도 많이 합격했으며, 책 선정 자체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고교마다 추천도서 목록이 있고 수업과 연계하여 책을 읽기도 하며 고등학생 시기에 읽어야 할 기본서는 비슷합니다. 어떤 책인가 보다는 자소서의 내용 즉, 책의 선택 동기, 자신에게 끼친 영향과 통찰력을 ‘차별화’하여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이야기, 누구나 아는 사실을 굳이 자기소개서에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소서에서 소개할 3권의 구성에 대해서는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해에 유독 인기가 높았던 베스트셀러나 추천도서 목록을 따라 3권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호기심을 보일 수 있는 책도 소개하면 좋겠습니다. 또, 추천 목록이나 수업 중의 독서 경험에서 나아가 더 심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정말 좋았다면 관련 책을 더 찾아보았을 것입니다. 이 책의 설명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지도로 시작하여 기아와 기후, 환경과 인구 문제 등을 소개한 책을 읽고 난 뒤의 관심을 확장하여, ‘왜 지금 지리학인가’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지리학이라고 명시된 제목과는 다르게 아프리카와 러시아, 중국 등 국제 정세와 환경 문제, 세계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처럼 확장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차별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단과대학별로 많이 선택했던 책의 순위입니다. 

 

[2017학년도 지원자]

 

[2018학년도 지원자]

 

 

이 리스트를 보면 전공마다 획일화된 느낌이 남습니다. ‘숨결이 바람될 때’는 지난 해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다독 순위에는 없으나 유독 의학계열 지원자가 많이 선택했습니다.  서울대는 ‘미움받을 용기’가 이토록 인기 많은 이유가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에 대한 관심이 아닌, 애달픔과 고단함에서 위안을 얻은 경험이라는 점을 아쉬워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타계하신 황현산 교수님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그리고 Idiot 의 의미가 “자신의 사적인 일에만 관심을 가질 뿐 더 넓은 공동체의 일에는 무관심한 사람”  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자기 성찰과 함께 세상으로 향하는 시야도 보이는, 넓은 독서 경험을 쌓아가기를 바랍니다. 

 



이름(필수)

이메일(필수)

핸드폰 번호(필수)

상담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