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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Apr [제타 북클럽] 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

오늘 소개할 책은 김진엽씨가 쓴 ‘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 입니다.

 

저희 제타 북클럽의 학생들이 읽고 있는 책 가운데 반응이 좋았던 책은 물론, 문학/철학/역사/경영 등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여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책 선정과 읽기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현재 대학에서 미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진엽씨가 쓴 책으로, 예술에 대한 해석을 모방론, 표현론, 형식론, 예술 정의 불가론, 제도론, 다원론, 진화 심리학과 예술로 나눠서, 신동민씨가 그린 재미있는 만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요.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와 아울러 술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는 많은 분들이 책 제목은 알고 있지만, 책의 유명세에 비해 실제로 읽었거나,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해서 설명해 주는 분은 많지 않죠. ‘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를 쓰신 김진엽 씨의 해석이 재미있어서 전문 그대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진화 심리학의 초석이 된 책으로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owkins)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집단의 구성원과 관련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이 대목을 각색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집단에는 세 부류의 구성원이 존재한다. ‘선심파’ ‘사기꾼파’, ‘원한파’. 옛날에 양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늑대는 호시탐탐 양들을 잡아먹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내 평화로운 양들의 마을에 늑대가 들이 닥쳤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서는 늑대를 먼저 목격한 양은 ‘선심파’ 소속이었다. 이 선심파 양은 무리를 돌아다니며 ‘늑대다!’라고 외쳐 동료 양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선심파 양은 선심을 베푸느라 늦게 대피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뻔 하였는데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또 다시 늑대가 공격해 왔다. 이번에 늑대를 처음 목격한 양은 ‘사기꾼파’ 소속이었다. 이 양은 지난 번 늑대의 공격 때 선심파 양에게 매우 큰 도움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기꾼파 양이 구석진 곳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다가 대피 경로를 못 들었는데 선심파 양이 일부러 다가와 대피를 도와 주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기꾼파 양의 반응은 지난번 선심파 양의 반응과는 180도 달랐다. 사기꾼파 양은 늑대를 보자마자 혼자 줄행랑을 쳐버렸다. 양들의 무리로 돌진한 늑대는 손쉽게 양을 잡아 먹을 수 있었다. 희생양은 지난 번 대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선심파 양이었다. ​아 무정한 하늘이여!

그런데 선심파와 사기꾼파의 사이에 ‘원한파’라는 제 3의 파가 있었다. 늑대가 나타나면 원한파 양은 선심파 양과 마찬가지로 다른 양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하고는 함께 도망갔다. 그러나 자신이 도와주었던 사기꾼파 양이 다음에 혼자 도망가면, 원한파 양은 큰 원한을 품고 사기꾼파 양을 절대 돕지 않았다. 한 번 베풀면, 한 번 받아야 하는 부류가 원한파인 것이다. 원한파 양은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양이고,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의 원칙을 지키는 양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많은 구성원을 가지고 있는 파는 어디일까? 당연히 생존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은 사기꾼이다. 선심파는 도움을 주느라 잡아 먹히고, 도움을 못 받아서 잡아 먹히기 때문에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든다. 원한파는 근근히 평균을 유지한다. 그런데 사기꾼파의 개체 수가 정점에 달하고 선심파의 개체수가 바닥을 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사기꾼파는 서로를 돕지 않고, 선심파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원한파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늑대에게 쉽게 잡아먹히게 된다. 그리하여 사기꾼파의 개체 수는 급감하게 되고, 결국은 원한파가 집단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진화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인간 집단의 다수는 원한파의 후손이다. 원한파의 후손은 한 번 밥을 사주면 한 번 밥을 얻어 먹기를 바란다. 자기가 영화표를 사면 상대방이 음료수와 팝콘을 사기를 원한다. 물론 선심파의 후손도 있지만 인간 사회의 다수는 아니다. 사기꾼파가 사회의 다수가 될 수 없듯이 말이다. 우리 사회의 다수가 원한파임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받으면 베풀라, 진화 심리학이 전하는 간결한 지혜다.

(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 중에서Page 16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