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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1

13 Feb [제타 북클럽] 자기 앞의 생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라는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무의식 중에 제가 따라 부르고 있더군요.

“날아가는 니스에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아이가 묻습니다.

“어머니, 니스가 새 이름처럼 들려요. 뭐죠?”

“프랑스의 도시 이름이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서 영감을 얻은 가사란다.”

“어? <자기 앞의 생>이라구요?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인데…”

이번에 제타 북클럽에서 소개해 드릴 책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자기 앞의 생>책을 꺼내봅니다. 문학사상사에서 1976년 전채린씨가 초판으로 번역한 책이 있는데, 1988년 8월7일에 읽었다고 노트해 두었군요. 그 때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다시 읽어 봅니다.

‘내 공부는 끝났고, 하밀 할아버지는 내가 좋아하는 니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분이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어릿광대니, 마차에 앉아 있는 즐거운 거인들이니,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난 내 집에 온 듯 편안해졌다. 나는 또 그곳에 있다는 미모사 숲이며 종려나무며, 너무나 기뻐서 박수치는 것처럼 날개짓을 한다는 아주 흰 새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p.47)

우리 세대가 학창 시절 즐겨 부르던 가요 ‘모모’는, 소설 내용 중에 ‘하밀’이라는 동네 할아버지가 아이 ‘모모’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해변이 있는 ‘니스’라는 도시로 가면 절망이 사라지고, 꿈과 환상이 생길 거라고 얘기 해 주는 위 대목에서 따온 듯 합니다.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은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가명 입니다. 로맹 가리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다 간 작가죠.

1914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난 로맹 가리는 이혼한 어머니와 프랑스 니스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공군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고, 외교관, 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다 1980년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자기 앞의 생>은 1975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콩쿠르 상을 수상했습니다. 콩쿠르 상은 한 작가가 중복해서 상을 탈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 1956년 <하늘의 뿌리>라는 소설은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1975년에는 <자기 앞의 생>으로 프랑스에서 유일무이하게 콩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이죠.

작가는 자살하기 전 <로맹가리의 삶과 사랑>을 통해 자신이 에밀 아자르 임을 밝힙니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기수였던 쟝 뤽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았던 배우, 진세버그와는 24년의 나이 차가 나는 결혼으로도 유명했지요.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유태인 로자 할머니와 아랍 소년 모모 앞에 놓인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젊은 시절 창녀였다가 나이가 들어서 창녀들이 낳은 아이들을 돌보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로자 할머니,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할머니 손에 맡겨져서 살아가는 모모가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린 모모가 꼬마 철학자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답니다.

‘’모모야 그건 내 유태인 움막이란다”

“내가 무서울 때마다 숨으러 가는 곳이 바로 그 곳이란다.”

“아줌마는 무엇이 무서우세요? “

“사람이란 뭐 반드시 이유가 있어서 무서워하는 건 아니란다. 모모야.”

이 말을 나는 절대로 잊어 버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진실한 이야기였으니까.(p.61)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읽었고 자기 나이의 누구보다 더 많은 생을 살았던 하밀 할아버지도

아무것도 희거나 검지 않다. 희다는 것은 흔히 숨겨진 검은 것을 의미하고 검은 것은 흔히 너무 드러나 보인 흰 것을 의미한다며 웃음을 띄우고 내게 설명해 주었다. (p.86)

행복이란 결핍상태에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난 이 세상의 온갖 행복하지 않은 것을 겪어 본 후에나 그 놈의 행복을 겪어볼 생각이다.

‘할아버지 내 말은 그게 아니에요. 내가 어렸을 때 나보고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p.281)

이 책은 가난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전해져 온다기 보다는,

​어떤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심성에 따라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따뜻함이 보여집니다.

모모는 우리에게 각자의 ‘자기 앞의 생’에서 “사랑이란 함께 오래도록 같이 있어주는 것” 이라고 조용히 전해 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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